blogNOBLE AUDIO KATANA by 외필 (외부 필자)

관리자
2020-06-02
조회수 3403


카타나를 처음 소개받고 들었을 때 불현듯 이백의 시구(詩句) 가 떠올랐다.


飛流直下三千尺(비유직하삼천척)

카타나의 기세는 막힘이 없고 너무나 맑고 투명하며 웅장하기까지 한 느낌이 마치 시원하게 쏟아져 내리는 폭포수 줄기와 같다.

카타나의 제조사인 노블오디오 초창기 제품에 대한 첫인상은 수려한 외모와 더불어 젊은 처자의 섬섬옥수(纖纖玉手) 느낌이었다.


실물이 아닌 사진 속 모습만 봐도 쥬얼리와 같은 화려한 아트 그리고 소유하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드는 그 자태는 여타 제조사의 이어폰과는 처음부터 그 궤를 달리 하고 있었다.




그 동안 귀로만 듣던 이어폰을 콜렉션의 반열에 오르게 할 정도로 독보적인 아트 디자인과 더불어 쉘 하우징의 마감으로 미루어볼 때 국내에 커스텀 이어폰의 열풍을 본격적으로 달아오르게 한 장본인이 바로 노블오디오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필자가 처음으로 노블오디오의 제품을 들었던 제품은 커스텀이 아닌 유니버설 제품인 (구)카텐이었다.

당시 국내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중고역에 특화된 튜닝과 더불어 얇은 음선 등은 오래 청음하기에는 귀에 자극적으로 다가왔다.

노블오디오와의 인연은 그렇게 끝나는 듯 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노블오디오에서 새로운 플래그십인 칸이 출시가 되었다.

칸은 그 동안 노블이 그려내는 사운드에 대한 이미지를 확연히 바꾼 플래그십 이어폰이다.

칸은 기존 노블사운드의 강점인 중고역을 그대로 살리면서 저역은 훨씬 부드럽고 자연스러워졌다. 음선 역시카텐보다 더 두툼해지면서 음의 밀도감이 너무나 좋아졌다.


노블사운드를 사랑하게 된 계기가 이 무렵부터 인 것 같다.



그러던 와중에 카타나를 소개받았다.


카타나에 대한 사전지식이 전혀 없었기에 또 다른 새 제품이 출시된 줄로만 알았고 기본스펙도 알지 못한 채 일단 청음부터 했다.

인상적인 점은 탐스럽고 아담하게 도드라지는 저역부분이다.

저역이 너무나 자연스럽고 부드러워서 카타나도 칸과 같은 하이브리드 구성 이어폰인 줄 알았으나 후에 카타나가 9BA(Balanced Amature) 이어폰인 것을 알고 깜짝 놀랐다.

BA 제품의 저역으로 전혀 들리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카타나의 저역은 마치 반박자 느리면서 BA이어폰의 저역과 같지 않은 다이내믹 드라이버의 풍미가 느껴진다.


그 동안 저역은 DD(Dynamic Driver), 중고역이 BA를 구성으로 한 하이브리드 제품들이 많이 출시가 되었다.

하이브리드 구성은 자연스러운 저역을 느끼기 위해 DD를 채택하고 빠른 응답성과 높은 해상도를 구현하기 위해 BA를 선택함으로써 각각의 장점만을 취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고 본다.

지금까지 들었던 이어폰들 중에서 DD저역의 질감을 능가하는 BA 이어폰은 없었다.

그나마 비전이어스만이 유일하게 독보적으로 BA이어폰으로서 정확한 저역을 구현해내지 않았나 개인적으로 평가해본다.

카타나의 저역은 같은 BA계열의 비전이어스 저역과는 또 다른 질감을 선사한다.


비전이어스가 단단하고 정확한 저역을 표현했다면 카타나는 정말 다이나믹 드라이버의 저역을 듣는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자연스럽고 약간의 잔향이 느껴지는 웅장한 저역을 들려준다.


카타나가 비단 저역만이 일품으로 돋보이는 것은 아니다.

카타나는 저, 중, 고 톤밸런스 자체가 균형적으로 잘 잡혀있다. 마치 피라미드와 같은 모습으로 전체적으로 음상의 무게 중심은 안정적으로 맺혀 있으며 배경이 깔끔하고 보컬과 악기소리가 매우 선명하게 들린다.


고역은 카타나가 노블오디오에서 제조된 이어폰 중 지금까지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이유를 충분히 증명해주고도 남는다.

보통 해상도를 논하며 선명함의 기준이 되는 부분은 고역이다.

고역이 맑고 깨끗하지 못하거나 치고 올라가는 힘이 부족하다면 전체적으로 공간감이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느껴지고 선명함이 확연하게 떨어진다.


고역의 튜닝이 지나치면 매우 자극적이 되기 십상이며 귀가 쉽게 피로하게 된다.

카타나의 고역은 자극적인 부분 직전까지 끌고 올라가면서도 담백하고 깔끔한 고역을 자랑한다.

오래 들어도 전혀 자극적이지도 귀가 쉽게 피로해지지도 않는다.


화려하고 밝은 음색을 지닌 금관악기인 트럼펫은 금관악기들 중 가장 높은 음역을 담당한다.

트럼펫 소리는 자칫 고역의 질이 좋지 않으면 시끄럽게 들리기 십상이다.

카타나로 트럼펫의 거장인 리 모건(Lee Morgan)의 대표적인 솔로앨범 더 사이드와인더(The Sidewinder)를 들어봤다.

리 모건의 트럼펫연주는 재즈를 즐겨 듣지 않아도 듣는 순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있다. 특히 타이틀곡인 더 사이드와인더는 덩실덩실 어깨춤을 출정도로 흥겨움을 자랑한다.

카타나에서 리 모건의 트럼펫 연주는 맑고 깨끗하고 투명하고 명료하게 들린다.


보통 이어폰에서 트럼펫의 연주소리는 무조건 크고 강하게 그리고 얼마나 높게 음을 잘 표현해주느냐의 여부에 따라 만족도가 정해진다. 하지만 카타나에서 리 모건의 트럼펫 소리는 마치 현악기처럼 부드럽고 아름답게 들린다.

트럼펫 소리가 이렇게 부드러웠던가 잠시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할 정도이다.


카타나는 모니터링 요소가 강하지만 음감용으로 듣는 즐거움까지 더불어 누릴 수 있다.

무엇보다 카타나의 가장 큰 장점은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모든 장르를 아우르는 이어폰의 출현은 요원한 것처럼 느껴진다.

어느 한쪽을 얻으면 다른 한쪽은 포기해야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재즈 여자 보컬의 음색이 빠른 비트감 있는 노래에 어울리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카타나는 마치 ‘켈리 스위트’의 음색과 같다.

팝 클래식 재즈 그 어디에도 다 어울릴 뿐만 아니라 그 음색의 매력을 그대로 드러내주는 이어폰이 바로 카타나이다.


무조건 신품이 가장 좋은 제품인 경우가 있다.

그것은 바로 디지털 제품이다.

디지털 제품에서 명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지금 출시된 제품이 사양도 가장 높고 가장 진보된 기술력을 선보이기 때문이다.


굳이 디지털 제품에서 명기를 운운한다는 것은 그 제품을 사용한 본인의 과거시절 향수만이 유일한 판단 기준이 아닐까 싶다.

음감을 기준으로 한다면 DAP(Digital Audio Player)가 그 예에 해당될 것이다.

하지만 소리를 최종적으로 전달해주는 이어폰을 예로 든다면 그 사정은 조금 남다를 것 같다.

지금 이 이어폰이 가지는 소리를 그 이어폰이 아니면 재생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카타나는 출시가 된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제품이다. 

2020년 지금, 카타나는 신제품이 아니다.


요즘 디지털 시대답게 매달 새로운 이어폰들이 다양한 제조사를 통해 출시가 되고 있다.


무조건 신제품이라고 해서 다 좋은 것이 아니다.


신제품이 새로운 소리거나 이전보다 더 좋은 소리라는 보장도 전혀 없다.

세월이 흘러도 언젠가 그 소리를 듣고 싶어서 다시 찾는 이어폰이 좋은 이어폰이며 ‘명기’라 불리게 될 것이다.



카타나가 들려주는 소리는 시대가 변해도 다시 찾게 되는 이어폰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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